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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혼자 공포 영화를 보는 게 매우 즐거운 일 중에 하나가 되었다.

어렸을 때는 여름에 무서운 영화를 더 좋아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왠지 날씨가 쌀쌀한 날 즐겨보게 되는 것같다.

특히나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나 비오는 날에는 밖에 어디 나가지 않고 조용히 공포 영화를 틀어서 관람하는 게 참 좋다.

공포 영화는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그 차갑고도 아릅답게 표현되는 영상미가 너무 좋다.

오늘 내가 보게된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도 그러길 바랬다.

 

 

 

 

*내용, 스포, 결말 포함*

*내용, 스포, 결말 포함*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내용

 

 

유전적으로 폐병을 가진 소녀 주란(시즈코/배우 박보영)은 가족과 떨어져 한 기숙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몸이 약한 학생들을 돌봐주는 그 곳에서는 주기적으로 가장 건강해진 학생들을 2명씩 뽑아 도쿄로 유학을 보내준다.

학생들은 유학을 가기위해 열심히 운동하며 체력을 보강한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학생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하고, 주란은 이상한 것들을 목격하게된다.

우연히 소녀들이 사라지는 이유를 알아내게 되는데…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후기

 

 

흥행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었었다.

어떨까 궁금해서 보게되었는데, 초반에 나오는 학교의 분위기와 아름다운 영상이 먼저 눈에 띄었다.

보면서 '이 정도라면 좀 덜무서워도 볼만 하겠는데?' 싶었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낡은 학교와 깔끔하게 단정된 학생들의 모습과 그 속에 조금씩 입혀진 분명하고 뚜렷한 색감의 조화는

눈을 즐겁게 했다.

게다가 등장하는 배우들의 매력은 날 더욱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특히 엄지원의 교장 연기는 정말 매력있었고 배우 박소담의 약간은 독특한 느낌의 아름다움도 보기 좋았던 것 같다.

초반, 조용하면서 맑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점점 빠져들게 되었고 기대감도 높혀주었다.

 

 

흡사 여고괴담이 생각나는 소녀들의 모습은 꽤 보기좋았다.

그러나 주인공 주란이 갑자기 멀리뛰기를 하는데 갑자기 실력이 향상되었고 하늘높이 붕 날아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여기서부터 벌써 '불안한데..' 싶은 생각은 들었다.

그녀가 겪는 기이한 현상들을 보면서 뭔가 왠지모르게 이 현상들이 단지 귀신의 원한같은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후에 생체실험과 비슷한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소녀들이 너무 잔인하게 죽어서, 원한이 너무 깊어서 소녀들의 혼이 기숙 학교내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주란이 유카와 싸움이 나고, 믿지 못할 정도로 강해진 힘으로 그녀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거의 확신했다.

생체 실험의 부작용일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고, 사라진 소녀들은 그 부작용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간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 영화의 흐름이 그렇게 크게 이상하다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연덕과 주란이 배후의 일을 밝혀내게 되면서 점점 뭔가 변해갔다.

공포 영화에서 점점 변해 추적 스릴러와 액션영화 그 틈새 어딘가에 끼어있는 것 같았다.

물론 영화가 딱 한 장르로 구별지어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변화도 좋을 것이고, 장르가 약간 모호하거나 섞여있는 듯한 그 느낌은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 영화에서 그렇게 흐름이 갑자기 바뀌어버리는 것이 상당히 뜬금없다고 느껴졌다는 점이다.

영화 초중반까지 잔잔하면서 미스테리어스한, 고요하고 차가운 분위기에 반해있었던 나는 영화 후반에 등장한 CG 액션에 갑자기 배신당한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이 갑자기 힘이 세지고 괴물처럼 변해버리는 것은 감독이 잔혹한 욕심의 결과물을 괴물로 표현해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봐야 나혼자 하는 추측일 뿐이지만)

하지만 이 아름다운 소녀들에게 행해진 잔인한 욕심의 폐해를 그녀들의 한이나 깊은 슬픔으로 표현해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게 아니라면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뭔가 큰 반전을 하나 주는 것도 좋았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도 든다.

차라리 CG 액션 씬 대신에 잔인한 장면이 많았더라면 적어도 배신감은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공포 영화로 시작해서 미스테리로 끌고가다가 드라마로 전환되면서 액션으로 끝나버린다.

영화를 보고나서는 허무하면서도 너무 많이 안타깝다.

정말 예쁜 인형을 샀는데 세탁 한번 잘못해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되어버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많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영화 초중반까지 아름답게 그려낸 기숙학교의 분위기는 감탄할만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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