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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쉬 걸>은 실존했던 한 화가 부부에게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주제는 바로 성 정체성, 더 구체적으로는 '트랜스젠더'와 관련된 이야기다.

아이가 없는 에이나르 베게너(남편)와 게르다 베게너(아내)는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문제를 빼놓고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아주 사이 좋은 부부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인 게르다가 그릴 초상화의 모델이 약속을 어기고 오지않자 그녀는 남편에게 스타킹과 구두를 신어 임시 모델을 해줄 것을 부탁하게 된다.

그 때 남편은 스타킹과 구두를 신어보면서 알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 초대받은 한 파티에 장난으로 여장을 하고 등장하게 되면서 정체성에 혼란이 생기기 시작한다.

부부는 남편이 왜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 이해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가지만 1926년도, 의학이 많이 발달하지 않았던 탓에 병원 의사들은 망상이나 정신분열증 등 하나같이 오진을 내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남편과 비슷한 일을 겪었던 한 남자를 연구했었다는 의사를 만나게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스토리도 독특하지만 분위기가 매우 독특했다. 다른 영화에서 느껴본 적이 없는... 뭔가 섬세하면서도 대담한 표현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부부 역할을 맡은 두 사람의 훌륭한 연기 때문에 감정 이입을 아주 깊게 할 수 있었다.

나는 아무래도 남편보다는 아내에게 더 깊은 감정과 감동을 느끼게 되었는데, 만약 에이나르가 내 남편이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면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몸은 남자지만, 정신은 여자인 남편... 과연 내가 주인공처럼 계속 그의 곁에 있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사실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아내가 남편의 곁에서 그를 놓지 못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미쳤다고, 혹은 그냥 헤어져버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내가 당사자라면 그냥 헤어질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는데 그것도 역시 자신이 없었다.

비록 자신의 육체가 정신과는 다르다고해도 그들이 나눴던 애정, 사랑과 그 많은 추억들은 진짜였으니까.

 

 

 

 

 

영화 초반까지만 해도 남편에게 더 많이 집중될 줄 알았는데 나는 완전히 아내에게 푹 빠져서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마다 포커스가 조금 달라질 것 같은데, 이 점 또한 흥미로웠다.

아내의 입장을 위주로 보다보니 정말 슬퍼서 보다가 나도 함께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영화 자체는 정말 완전히 슬프다기보다는 조금 감동적이면서 따뜻하면서도 슬픈 느낌이었다.

아내도 역시 바뀌어버린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게 느껴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남편의 곁에서 계속 있어주는 것은 아무래도 남편 자체를 이해해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였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체성이나 뭐 기타 다른 것들을 따지기보다는 사람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서. 

 

 

 

 

 

내 시선에서는 아내의 입장에서 보다보니 남편인 에이나르가 조금 이기적으로 비쳐지는 경향도 살짝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남편과 아내의 관계는 더이상 예전같아질 수 없다는 것을 그도 알았을 것이고, 그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는 완전히 여자로서 살아가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단지 혼란스러움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다른 사람들은 느낄 수 없을 수십가지의 복잡하고 오묘한 감정들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역시 아내만은 믿고 의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혼란스러움에 힘들어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는 것도 참 마음이 아팠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한 대사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날아가게 둬요'

 

겉모습이나 정체성과 같은 것들을 보기 이전에 그 사람 자체를 보려고 노력하면 어떨까?

그것이 먼저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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