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부터 미루었던 영화 아이덴티티를 오늘 보게됐다.

예전에 우연히 들러 본 블로그 글에서 심리 표현이 뛰어난 영화 중에 <아이덴티티>가 있었다.

제목인 'Identity'라는 단어때문에 뭔가 다중인격과 관련된 스토리가 아닐까 살짝 추측했었다.

(Identity : 신원, 정체성)

<아이덴티티>는 좋다는 평도 많고 내가 좋아하는 스릴러 장르이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하고 보게됐다.

포스터에는 '영화가 끝나는 순간 새로운 공포가 시작된다'라고 쓰여있어서 어떤 내용과 반전이 있을까 매우 궁금했다.

 

 

*내용, 결말, 해석 스포*

*내용, 결말, 해석 스포*

 

<아이덴티티> 내용

 

 

폭풍우가 내려치는 어느 날, 한 모텔에 10여명의 손님들이 투숙한다. 

꼬마아이부터 여배우, 젊은 부부와 경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전직 경찰 출신이자 운전기사인 에드는 세탁기 안에서 여배우의 시체를 발견하고, 곧 이어 사람들이 하나둘씩 잔인하게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살아남은 이들은 폭풍우에 갇혀 모텔에서 머무를 수 밖에 없는 가운데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누군지 의심하며 지목하기 시작하는데, 곧이어 시체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기 시작한다.

마침내 에드는 모텔에 모인 사람들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는데…

 

 

<아이덴티티> 해석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희생자들이 하나둘씩 생겨날 때만해도 범인이 누구인지 맞추어보려고 했었다.

저 안에 범인이 있을 것이고, 다중인격의 소유자일까?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희생자들 옆에 범인이 남기고 간 열쇠가 사고로 우연히 사망한 사람들의 곁에도 거짓말처럼 놓여있는 것을 보면서는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곧이어 시체가 사라지고 에드가 심리학자와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모텔에서의 사건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모텔에 모인 사람들은 전부 '말콤'이라는 살인마의 인격체들이였다.

심리학자는 이 인격체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함으로서 말콤과 마주하게하고 안에 있는 진짜 악의 근원, 즉 '살인마 인격체'를 찾아내어 없애려던 것이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본 모텔에서의 살인사건은 자신이 버려졌던 그 장소에 인격체들을 한데 모아서 인격들을 없애가는 하나의 심리 치료 과정이였던 것이다. 

심리학자는 인격체들을 하나하나 없애가면서 결국 '살인을 저지르는 인격체'를 최종적으로 제거하여 말콤이 사형선고를 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심리학자가 말콤에게 '살인자의 인격을 없애야 사형을 면한다'고 이야기하자 그는 '에드' 인격체로 '로즈'를 살해한다.

여기까지는 '로즈'가 살인자의 인격임을 알 수 있다.

 

범죄자인 말콤은 창녀의 아들로 태어나 사랑 받지 못하고 컸다. 그리고 어느날 모텔에 버려졌다.

모텔의 인물들을 몇 명만 좀 들여다보면 말콤이 살면서 느낀 '사람들'에 대한 견해를 조금 대입시켜볼 수 있다.

모텔에 있던 젊은 커플들의 모습은 어렸을 적 말콤이 목격해온 어른들의 관계를 표현한 것 같다.

그들은 서로 소리를 지르며 싸우고 거짓말로 관계를 이어나간다.

젊은 커플이 싸우던 도중,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던 '루'가 죽는 장면에서, '루'가 어렸던 말콤에게 폭력을 행사한 주변 어른 중 하나의 인격체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도 아빠나 자신을 버린 엄마의 남자 중 하나일 것이다.)

오렌지 농장에서 제 2의 삶을 꿈꾸는 창녀, 파리스는 자신을 버린 엄마로 비춰진다.

그녀는 말콤이 어렸을 때 아들을 떠났던 것처럼 모텔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의 행복을 위해 오렌지 농장으로 제2의 삶을 꿈꾸며 떠난다.

자신이 벌린 일에 책임을 다하려는 에드(전직 경찰, 운전기사)는 어렸을 적 말콤이 우러러보던 정의로운 대상이거나 자신이 정의롭다고 여기도록 해주는 인격체로 보인다.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인 척하고 거짓말을 한 로즈는 에드와는 상반되는 '악의 근원'으로 보인다. (심리학자가 악의 근원이라 여기는 인격체)

로즈는 모텔에서 상당히 교묘하고 나쁜 사람으로 보여지는데 이는 엄마의 남자들 중 하나인 인격체라서 그런것 같다.

조용한 어린아이로 나오는 티모시는 말콤의 어렸을 적 인격체다.

심리학자는 말콤의 악의 근원이 되는 인격을 없애가면서 말콤이 사형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게 되고 말콤은 사형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인격들을 전부 제거했다고 하고 이야기가 끝나는 듯 싶었지만 맨 마지막에 매우 큰 반전이 주어진다.

말콤의 인격체 중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진짜 악의 근원이 되는 인격체는 어렸을 적의 말콤, 자기 자신이였다. (어렸을 적의 말콤 = 티모시)

모텔에서 다른 인격체들을 죽인 것도, 마지막에 살아남은 파리스를 (자신을 버린 엄마) 죽이는 것도 티모시다. 

그리고 이는 현실에서도 이어져, 자신에게 심리 상담을 해주었던 상담가까지 죽인다.

그러니까 '진범은 티모시' 라는 것이 반전이 아니라 말콤의 살인마 인격체는 자기 자신이였다는 게 반전이라고 보면 된다.

엄마를 가장 최종적으로 죽인 것은 그만큼 어렸을 적의 상처가 크고 엄마에 대한 원망이 큰 것으로 보인다.

파리스를 죽이기 전에 두번째 기회는 없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어렸을 적의 말콤의 인격체가 엄마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암시한다.

한가지 추측하자면 모텔 주인으로 나오는 사람이 파리스가 창녀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적대적으로 대하는 장면이나 에드가 트레일러를 살펴볼 때 찾은 성인 잡지에 쓰여져있는 지저분한 낙서를 보면 말콤의 깊숙한 내면에는 여자에 대한 강한 적대심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는 엄마에 대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결국 범죄를 저지른 것은 그의 다른 인격체가 아니라 어렸을 적의 자기 자신이였다.

모텔에서 벌어졌던 살인마 티모시의 모습이 현실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게 가장 큰 반전이자 키포인트였다.

 

<아이덴티티> 후기, 리뷰

 

 

포스터에 써있는 것처럼 영화를 다 보고나서, 여러번 생각을 해보고나서 더 진한 여운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다중인격을 가진 범죄자의 심리를 이토록 심층적으로 표현하다니... 다중인격을 다루는거라면 살짝 흔한 소재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이 영화는 상당히 새롭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모텔에서의 살인사건과 관련된 트릭이나 진범을 찾는 것 위주의 큰 반전이 이 영화의 주된 재미일거라고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조금씩 심어둔 단서와 반복되는 반전들에 놀라는 재미가 있었다.

영화가 끝나면서 작게 뿌려두었던 단서와 복선들이 서서히 하나씩 합쳐지기 시작하는데, 정말이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반전 하나만을 기다리며 보는 스릴러 영화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각기 다른 인격체들을 '어렸을 적의 말콤(=티모시)'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대입시키면서 상상해보는 것도 이 영화의 묘미였던 것 같다.

정말 짜릿하고 재밌었던 영화다.

 

-------------------------------------------------------------------------------------------------

 

 

 

반응형

+ Recent posts